스틱 투 잇!

업무차 해외를 방문할 때도 잠시라도 틈이 생기면 슈퍼마켓부터 달려가는 것이 습관이 되다시피 했다. 특히 선진국의 슈퍼마켓은 장차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요구하게 될 제품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정보창구였다.
그렇게 해서 경쟁업체들이 세척력 개선에 주력할 때 우리는 세척력 뿐 아니라 피부자극까지 최소화한 제품, 적은 양으로도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제품 등을 꾸준히 내놓음으로써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다.




진심을 바탕으로 쌓아올린 신용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나를 IMF 경제위기를 겪으며 경험했다. 내가 요청하기도 전에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준 기업들이 있었다. ..... 나는 그들의 소박하고 성실한 품성에 그만 반해버리고 말았다. 하나같이 단순한 거래관계를 넘어 정을 나누고 싶게 만드는 모습이 있었고 나는 어느새 거래처 사장이 아닌 진정한 친구로 그들을 대하기 시작했다. 만날 때마다 소소한 가정사부터 개인적인 고민까지 나누지 못할 얘기가 없었고, 서로가 어려움에 처할 때면 누구보다 먼저 발 벗고 나서주는 사이로 발전했다. 생산물량이 많아 재고가 쌓일 때면 계약한 물량보다 더 많이 구매해주기도 하며 언제나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곤했다. 한일관계가 악화됐을 때도 "국가적인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까지 연결하지 말고 우리 관계를 계속 유지해나가자"고 먼저 제의해 올 정도였다.  그렇게 번번이 나를 감동시키곤 하던 일본의 거래처들이 IMF 경제위기 때 연 20~30%의 고금리로도 자금을 융통할 수 없던 당시 운영자금으로 쓰라며 연 3~4%의 낮은 이자로 엔화를 빌려주었고, 외화난을 겪고 있는 우리 처지를 생각해 외상으로 원료를 공급해주는가 하면 원료대금을 외화 대신 제품으로 받아가기도 했다.    단순히 신용만 쌓아온 거래관계였다면 타국의 기업을 위해 그처럼 적극적인 도움은 주지 못 했을 것이다. 서로 솔직하고 정직하게 대하며 배려할 줄 아는 진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기적 같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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