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p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을 했다. "지진에 대한 모든 사항을 공개하지 않고 매스컴을 통한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중국 정부에 대해 불신이 생겼을 거에요. 그때문에 공부하러 안 오는 것입니다."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가 그에게 생뚱맞게 들렸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나는 조국을 사랑합니다!"
세상에! 나는 중국 정부를 비판했는데, 그는 왜 조국을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걸까?
나는 이렇게 이 문제를 이렇게 정리했다. '대체로 한국인은 국가와 민족을 구분하지 못하고, 중국인은 대체로 국가와 정권을 구분하지 못한다.' ........우리도 이제는 단일민족에 대한 환상을 없애야한다.
108p 그는 한국인에 대해 느낀 점을 이렇게 전해주었다. "내가 잠깐 서울을 방문했을 때 어떤 한국 사람을 커피숍에서 만났어.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재빨리 커피를 주문하고 한 모금 마시더니 곧바로 본론을 꺼내는거야!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다 싶었어. 필요한 이야기만 계속하는데, 나도 그 사람을 따라 계속 긴장되더군. 더구나 그 사람 표정을 보니까 다음 일정을 계속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어. 그 사람 때문에 나도 커피맛을 느낄 여유가 없었지. 그 사람은 겉으로 예의를 갖춰서 인사를 하고 먼저 돌아갔어. 다시 의자에 앉아 시계를 보니까, 그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불과 20분만에 끝내버린 거야. 한국 사람들은 너무 마음에 여유가 없어 보여. 처음부터 좋다 싫다를 노골적으로 말하는 무뢰배들이야. 역시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아니야!"
109p 일반적인 한국인은 확실한 것을 좋아하고 대체로 성격이 급하다. 그래서 피해를 많이 본다.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은 되도록 중국어로 계약서를 쓰는 것은 피하길 바란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계약서는 영어로 쓰는 게 제일 좋다. 언제나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고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중국어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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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초기에 베이징에서 근무했던 한 지인은 중국인을 이렇게 비판한다. "저들은 무슨 일을 하든 일단 애매모호한 태도부터 취하고 본다. 그리고 상황 변화와 상대의 태도를 보아가며 대응책을 다시 만든다. 만약 일이 잘못되어 책임져야 할 것에 대비해서 미리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놓는 것이다. 한국인 중에서 그렇게 애매모호한 태도를 시종일관 유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회에서 따돌림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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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은 애매모호함을 즐긴다. 그러니 이런 중국인과 일을 도모하려면 한국인은 울화통이 터진다. 중국인과 일하려면 무엇보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한국 사람의 급한 성질대로 했다간 당연히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139p 거시경제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발전하면 정부가 제대로 통제하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모든 경제 영역이 스스로 견제하고 조절하는 상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렇게 하려면 변동환율제를 실시하고 관치금융을 없애야하며, 이런 조치를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 한마디로 법치국가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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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민주주의 정치개혁과 같이 가야 하는데, 나는 이 문제에 부정적이다. 내가 관찰한 중국인들은 민주주의 개혁을 하기 힘들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 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세속적인 가치를 뛰어넘는 인물, 즉 위대한 영혼을 가진 동시대인을 만나는 행운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중국인들에겐 그게 없다. 그들은 매우 세속적인 가치관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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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덕분에 부자가 된 5,000만명은 자기 재산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변화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공산당을 욕하면서도 공산당을 지지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분열에 대한 공포 때문에 공산당을 욕하면서 공산당을 지지한다.
144p 지금 중국 정부의 공식부채는 GDP의 20%이다. 이것은 눈속임이다. 지방정부와 국유은행이 갚아야하는 빚까지 다 계산하면 중국의 공공부채는 GDP의 150%에 달한다. 관치금융의 폐해로 은행이 이렇게 허약한데, 어떻게 잘 버틸 수 있을까? 그 이유는 외부에서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첫째는 중국 국내의 예금이고, 둘째는 수출로 벌어들인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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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이제 각종 사회복지제도를 모두 없앴다. 이런 상황에서 개개인이 믿을 수 있는 것은 저축뿐이다. 덕분에 중국의 일반가계저축률은 언제나 40%를 넘는다.
152p 실수요자 대비 주택보급률을 계산하면, 청두는 이미 필요한 주택을 다 지었다. 그런데 계속 주택거래가 상승하고 있다. 이것은 외부 유입자금 때문이다. 특히 다른 성의 당 고위간부들이 많이 사고 있다. 중국도 자기 돈으로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이다. 대부분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투기를 한다. 정부가 인민들에게 돈을 마구 풀었단 얘기다. 하지만 이 돈이 생산적인 영역으로 들어가지 않고 부동산 투기에 들어갔다.
156p 2008년 쓰촨 대지진이 벌어졌을 때 일이다. 지은지 50년 된 목조건물은 금이 많이 갔지만 그래도 무너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은 지 5년 밖에 안 된 초등학교가 무너졌다. 시멘트 속이 두부 같았다. 철근도 없었다. 항부형을 중심으로 지방정부에 청원을 했다. 그러나 경찰이 막았다. 그리고 지방정부 관리들은 이렇게 답했다. 증거가 없어서 조사할 수 없소. 바로 이런 것이 중국의 썩은 뿌리다.
160p '낼 알 바 아냐! 관심 없어!' 중국인과 어울리다 보면 이런 말을 거의 매일 듣는다. 바로 이런 이기주의와 무관심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러니 하게도 각종 사회문제가 해결된다. 그러나 이것은 해결이 아니라 그저 조용히 내버려두고 있는 것이다. 엄청난 가치의 혼란이다. 결론을 정리해보자. 나는 중국 경제에 무한한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보는 시각에 동의 하지 않는다. 부정부패가 있는 한 지속 가능한 성장이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획기적인 사회개혁이 없는 한 지속 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한 사회이다.
166p '한국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문화상품을 소개해주세요.'
이 질문이 가장 난감했다. 그 때 언젠가 가깝게 지내던 만화가의 말이 기억났다. 일본을 이해하고 싶다면 아톰을 보라. 아톰은 로봇이다. 매우 작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힘이세다. 로봇처럼 일사분란하게 돌아가는 일본 사회, 작은 것을 지향하는 일본인, 산업시대에 세계의 거인으로 올라선 일본. 아톰은 곧 지난 시대의 일본을 상징했다. 그래서 나는 한국을 이해하고 싶다면 대장금을 보라!고 대답했다.
처음엔 버림받고, 조롱받으며 별 볼 일 없는 미약한 조재로 평가받던 여자였지만, 그래도 묵묵히 실력을 닦으며 온갖 역경을 끈기와 슬기로 헤쳐나간 여자. 그리고 남에게 나쁜 짓 안 하고 자신이 올라설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간 여자. 대장금은 한국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179p 중국인에게 가장 보편적인 즐거움이 밥먹고 떠드는 것이다. 밥먹을 때 이야기를 안 하면 불편해한다. 중국인과 이야기할 때 중국 음식에 대해 열심히 칭찬하면 좋아한다. 한국인 입맛에 안 맞는 음식도 많지만, 그래도 중국의 음식문화가 역사적으로 발달한 것은 사실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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